빵 한 조각에 만취? 전 세계 희귀 질환 사례 6가지와 숨겨진 과학

빵을 먹었을 뿐인데 술에 취하고, 물만 닿아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영화 속 설정 같지만, 이는 실제 전 세계 희귀 질환 사례로 보고된 환자들의 현실이다. 우리 몸의 정교한 시스템이 아주 미세한 오차로 어긋날 때 발생하는 이 놀라운 현상들은 현대 의학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자동양조증후군: 탄수화물이 몸속에서 술로 변하다

갓 구운 빵이나 파스타를 먹고 만취 상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동양조증후군(ABS) 환자들이다. 이 질환은 위장 속의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에탄올로 바꾸는 불균형한 마이크로바이옴 환경 때문에 발생한다.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1952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00건 미만의 사례만 기록될 정도로 극히 드물다. 환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도 음주 측정기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억울한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 항진균제나 유산균 처방을 통해 치료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왜곡, 조로증과 앨리스 증후군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현실판이라 불리는 허치슨-길포드 조로증은 일반인보다 몇 배나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는 질환이다. 400만 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환아는 십 대에 심혈관 질환으로 생을 마감한다. 한편, 시각적 왜곡을 경험하는 앨리스 증후군(AIWS) 환자들은 자신의 손가락이 거대해 보이거나 건물이 작아 보이는 등의 증상을 겪는다. 1955년부터 2016년까지 단 200건 정도만 보고되었을 만큼 희귀하다.

공포와 고통을 상실한 삶의 위험성

감정이나 감각의 부재가 반드시 축복은 아니다. 우르바흐-비테 질병은 뇌의 편도체가 석회화되어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1929년 이후 400건의 사례가 보고된 이 환자들은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선천성 무통각증(CIP) 역시 마찬가지다. 100만 명 중 1명에게 나타나는 이 질환은 맹장 파열이나 골절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여 사소한 부상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생명의 근원인 물이 고통이 되는 수성 두드러기

전 세계적으로 단 100~250건 정도만 확인된 수성 두드러기는 물과의 접촉만으로도 극심한 두드러기와 화끈거림을 유발한다. 환자들은 샤워를 피하기 위해 알코올 세정제를 사용하거나, 물 대신 우유를 마시며 생존을 이어간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물질이 알레르기원이 된다는 역설은 의학계에서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