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오키나와 발언: 미일 동맹을 흔드는 400년 묵은 영유권 주장

중국 지도자의 한마디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지형을 흔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오키나와(과거 류큐)와 중국의 '깊은 관계'를 언급하면서, 수면 아래 있던 영유권 문제가 미일 동맹의 핵심을 겨누는 전략적 카드로 부상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역사적 회고가 아닌,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강경한 입장에 대한 맞대응이자,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의 근간을 흔들려는 중국의 계산된 행보로 보인다.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영유권 분쟁

시 주석이 2023년 6월 4일 베이징의 한 기록보관소에서 언급한 내용은 14세기부터 시작된 중국 명나라와 류큐 왕국의 조공 관계에 뿌리를 둔다. 당시 류큐는 중국과의 무역을 독점하며 번영했지만, 1609년 일본 사쓰마번의 침공으로 중국과 일본 양쪽에 종속되는 이중 지배 상태에 놓였다. 이러한 이중 관계는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을 거치며 일본이 류큐를 강제 병합하면서 끝났다. 중국은 류큐를 직접 통치하진 않았지만, 자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조공국으로 간주해왔으며, 이것이 현재 베이징이 주장하는 '깊은 관계'의 역사적 근거가 된다.

중국의 현대적 전략: 회색지대 압박과 여론전

시 주석의 발언에 일본 정계는 즉각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전례 없는' 발언으로 평가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류큐 지위 미정론'과 맞물려 있다. 이는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오키나와의 일본 귀속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베이징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허위 정보 캠페인을 통해 오키나와 독립 운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등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 방위연구소(NIDS) 분석가들은 이를 '평시와 전시의 경계가 없는' 전략이라고 경고한다. 일본 정부는 2025년 국방백서에서 중국을 '전례 없는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하며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미일 동맹

오키나와는 1945년 이래 미국의 태평양 전진 배치 전략의 핵심이다. 주일미군의 70% 이상이 일본 전체 면적의 1%도 안 되는 이 섬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미군 기지의 집중은 지역 주민과의 마찰을 낳고 있으며, 중국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워싱턴이 동맹국에 대한 방위 공약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베이징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강화된 방위비 분담 요구는 미일 동맹의 견고함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결국 중국의 오키나와 전략은 일본의 주권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보 질서의 근간인 미일 동맹 자체를 겨냥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