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의 본거지일까? Reddit에서 화제가 된 전 세계 'Evil Buildings' 건축 양식

영화 속 슈퍼 빌런의 기지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새로운 도시에 발을 들였을 때 우리는 그곳의 건축물을 통해 문화와 시대를 읽지만, 때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서늘한 분위기에 압도되기도 합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Reddit의 'Evil Buildings' 서브레딧에서는 마치 공포 영화나 히어로 무비에서 튀어나온 듯한 전 세계의 기묘한 건축물 사진들이 공유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고딕과 브루탈리즘: Evil Buildings 건축 양식의 비밀

사람들이 특정 건물을 보며 공포나 위압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대중 매체가 심어준 이미지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하트퍼드 대학교의 마이클 크로즈비 교수는 고딕 건축이 무서운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중반부터라고 설명합니다. 첨두아치와 높은 첨탑을 특징으로 하는 고딕 양식은 본래 종교적 숭고함을 담고 있지만, '드라큘라'나 '해리포터' 같은 영화들이 이를 공포와 신비로움의 배경으로 활용하면서 인식이 변한 것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와 기하학적 형태를 강조하는 브루탈리즘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용성과 기능을 우선시하며 전 세계 공공 프로젝트에 널리 쓰인 이 양식은 특유의 요새 같은 외관 때문에 위압적인 '악당의 은신처'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보스턴 시청이나 세르비아의 루도 빌딩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보존과 멸실 사이에서 재조명받는 건축물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사악해 보이는' 건물들이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복지 국가나 사회주의 이념과 결부되어 비판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독특한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SOSBrutalism과 같은 보존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보르군드 스테이브 교회(1180년 건립)처럼 수 세기 전의 건축물부터 카타르의 카타라 타워 같은 최첨단 미래형 빌딩까지,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도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