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케어 포 올’ 재점화…美 민주당, 오바마케어 전선에 균열 조짐
미국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이 ‘메디케어 포 올’을 상원 경선 핵심 쟁점으로 띄우며 중도파와 충돌하고 있다. 이는 오바마케어 수호를 위한 당의 단일대오에 균열을 일으키며, 헬스케어 정책의 미래를 둘러싼 내부 노선 투쟁을 예고한다.
미국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이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을 내년 상원 경선의 핵심 쟁점으로 다시 부상시키고 있다. 이는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만료를 고리로 공화당에 대한 통일된 공세를 펼치던 당내 기류에 균열을 일으키며, 당의 미래 노선을 둘러싼 내부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메인, 일리노이, 미네소타, 미시간 등 주요 경합 지역의 민주당 상원의원 예비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포 올’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중도파 경쟁자들이 점진적 개혁을 선호하는 것과 차별점을 두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메인 주에서 그레이엄 플래트너 후보는 ‘메디케어 포 올’을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 그는 보편적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촉구해 온 현직 주지사 재닛 밀스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다. 미네소타 주에서는 페기 플래너건 부지사가 “도시든, 교외든, 미네소타 외곽이든 ‘메디케어 포 올’ 지지자라고 말하면 청중이 열광한다”며 이 정책이 경선을 가를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경쟁자인 앤지 크레이그 하원의원은 ‘메디케어 포 올’ 대신 오바마케어에 공공보험 선택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
미시간 주에서는 의사 출신으로 『메디케어 포 올: 시민 가이드』라는 책까지 저술한 압둘 엘-사예드 후보가 이 의제를 통해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 등 다른 후보들과 각을 세우고 있다. 엘-사예드 후보는 인터뷰에서 “‘메디케어 포 올’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며 “이 이슈를 중심으로 승리하는 연합을 결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경: 메디케어 포 올이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주류 의제로 끌어올린 ‘메디케어 포 올’은 연방정부가 모든 미국인에게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일 지불자(single-payer) 건강보험 시스템을 의미한다. 민간 보험사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고 정부가 의료 재정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민간보험과 공공보험이 공존하는 오바마케어를 근본적으로 대체하는 급진적 구상이다.
중도파의 우려: "공화당에 공격 빌미만 줄 것"
반면, 당내 중도파와 선거 전략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들은 진보 진영의 ‘메디케어 포 올’ 공세가 당의 단일 메시지를 훼손한다고 본다. 현재 민주당은 연말에 만료되는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위해 공화당을 압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전국 단위 선거 전략가는 “우리의 메시지는 ‘세금 공제를 없애지 말라’는 단 하나다. 우리는 공화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며 “지금 ‘메디케어 포 올이 필요하다’고 끼어드는 것은 올바른 전략이 아니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직언했다.
중도파는 또한 ‘메디케어 포 올’이 정책적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몽상’일 뿐만 아니라, 공화당에게 민주당을 ‘사회주의자’로 낙인찍을 기회를 주는 ‘정치적 족쇄’라고 오랫동안 비판해왔다. 애덤 젠틀슨 민주당 전략가는 “미국인들은 현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전적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단번에 전환하는 것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며 “(선거전에서) 이 정책의 전체상이 드러나면 우리를 압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개의 여론, 하나의 딜레마
양측은 각기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진보 진영은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이 의뢰한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민주당원의 90%와 대다수 무소속 유권자가 ‘메디케어 포 올’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도 진영은 NBC 뉴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82%가 현재 자신의 민간 또는 공공 건강보험에 만족한다는 결과를 내세운다.
결국 이 논쟁은 단기적 현실론과 장기적 이상론의 충돌이기도 하다. ‘메디케어 포 올’ 지지자들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과 같은 단기적 조치와 ‘메디케어 포 올’이라는 최종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직면한 딜레마는 명확하다.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고 담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아니면 중도층 유권자를 고려해 보다 안전하고 점진적인 개혁 노선을 택할 것인가. 주요 경합주 경선에서 유권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향후 미국 헬스케어 정책의 향방과 민주당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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