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그림판으로 30만 팔로워: 93세에 세상을 놀라게 한 화가 이야기

한 할머니가 낡은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콘차 가르시아 사에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마이크로소프트(MS) 그림판만을 사용해 놀랍도록 섬세한 작품을 그려낸 예술가다. 그녀는 2023년 7월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우연히 시작된 디지털 아트

사에라의 예술 여정은 남편이 병상에 눕게 되면서 시작됐다. 그녀의 가족은 그녀가 바쁘게 지낼 수 있도록 낡은 컴퓨터 한 대를 선물했고, 그녀는 그 안에서 MS 그림판을 발견했다. 스페인 매체 뱅가르디아(Vanguardia)에 따르면, 그녀는 “상상력이 전혀 없어서 남편이 보내주던 엽서나 마음에 드는 그림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약 2주가 걸렸으며, 그녀가 사랑했던 고향 발렌시아의 풍경도 주된 소재가 되었다.

그녀의 재능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7년, 손녀 중 한 명이 할머니를 설득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면서부터다. 단순한 도구로 그린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정교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2018년에 10만 8천 명이었던 팔로워는 30만 1천 명까지 늘어났다.

나이를 넘어선 배움의 가치

사에라의 이야기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나이는 장벽이 아님을 보여준다. 영국의 노인 복지 자선단체인 에이지 유케이(Age UK)의 한 담당자는 “새로운 취미와 관심사는 외로움을 줄이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후반기 삶을 더 예리하게 유지시켜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 이론을 언급하며, 퍼즐이나 언어 학습 같은 정신 활동이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콘차 가르시아 사에라는 자신을 “그림판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90세 할머니”라고 소박하게 소개했지만, 그녀의 작품과 삶은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녀는 기술이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며, 가장 단순한 도구로도 위대한 창조가 가능함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