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의 '멜드롭', 목의 '키플'… 감기를 표현하는 10가지 잊힌 단어들

겨울의 한복판, 으슬으슬한 기운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감기입니다. 콧물이 흐르고, 목이 간지럽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흔한 증상들을 우리는 '감기'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다채롭고 정교한 단어들이 있었습니다. 멘탈플로스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지금은 거의 잊힌 겨울 질병에 관한 10가지 단어는 우리 언어의 풍요로움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코와 머리를 위한 단어들

혹시 추운 날 코끝에 콧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린 경험이 있나요? 이를 묘사하는 완벽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멜드롭(Meldrop)입니다. 고대 노르드어에서 말 재갈을 뜻하는 'mel'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원래 말의 입가에 맺힌 거품을 의미했지만,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는 고드름 끝에 맺힌 물방울이나 사람 코끝의 콧방울을 지칭하는 말로 확장되었습니다. 코가 꽉 막힌 답답한 상태는 스널(Snirl)이라고 불렀습니다. 18세기 방언으로, '코' 자체를 의미하기도 했던 단어입니다.

기침의 교향곡

기침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목이 간지러워 나는 기침은 키플(Kiffle), 고통스럽고 거친 기침은 호스크(Hosk),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다 사레들려 하는 기침은 워큰(Wirken)이라고 불렀습니다. 특히 쉰 목소리로 아무리 뱉어내도 개운해지지 않는 기침은 여우 기침(Fox’s Cough)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여우의 울음소리가 거칠고 목이 쉰 듯 들리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경련하듯 심하게 연달아 하는 기침은 킹크-호스트(Kink-Haust)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말하다

재채기 한 번을 뜻하는 스터뉴터먼트(Sternutament)는 16세기 의학 용어에서 비롯된 고풍스러운 단어입니다. '완전히 아픈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컨디션이 좋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를 묘사하는 단어도 있습니다. 바로 아비쉬(Awvish)입니다. 18세기에는 '그저 그렇다'는 뜻의 프로블리-모블리(Frobly-mobly)라는 표현도 사용되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행위, 즉 '결근(absenteeism)'의 반대말은 프레젠티즘(Presenteeism)입니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이 단어는 오늘날의 직장 문화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마지막으로,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을 때 느끼는 끝없는 지루함과 권태감은 심리학 용어인 앨리즘(Alysm)으로 정의됩니다.

PRISM Insight: 잃어버린 감각의 언어

PRISM Insight: 이처럼 질병을 세밀하게 묘사하던 단어들의 소실은 현대 사회의 언어적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우리는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 같은 임상적 정확성을 얻었지만, 아픔의 미묘한 감각적 경험을 표현하던 시적이고 인간적인 어휘의 풍부함은 잃어버렸습니다. 이는 우리의 소통 방식이 개인의 구체적인 묘사에서 표준화된 진단으로 옮겨갔음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