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유엔서 '미국의 비공식 전쟁' 규탄... 유조선 봉쇄로 갈등 격화

카리브해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이 자국을 상대로 '비공식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의 공습과 해상 봉쇄로 이미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유엔 안보리, 미-베네수엘라 격돌의 장으로

사무엘 몬카다 유엔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의 야망은 대륙 전체에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를 분열시켜 하나씩 정복하려 한다"며 "베네수엘라는 더 큰 계획의 첫 번째 목표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공습 등 '지속적인 공격'을 논의해달라는 베네수엘라 측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마약 소탕' vs '석유 강탈'…팽팽한 입장차

미국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매 선박을 겨냥했다며 공습을 정당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과정에서 최소 105명이 사망한 작전이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마이크 월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제재 대상 유조선은 마두로 정권의 핵심 경제 생명줄"이라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태양의 카르텔(Cartel de los Soles)'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사실을 언급했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이를 '정권 교체'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반박한다. 몬카다 대사는 미국이 유조선 최소 2척과 원유 400만 배럴을 압수했다며 이는 '군사력을 동원한 강도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오늘 가면이 벗겨졌다. 문제는 마약이 아니라 석유와 광물, 그리고 땅"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중국 가세…커지는 지정학적 파장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입장을 지지하며 미국을 비판했다. 러시아 대사는 미국의 개입이 "향후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 대한 무력 행사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대사 역시 미국의 행동이 베네수엘라의 '주권과 안보, 합법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베네수엘라 사태는 미-중-러 간의 지정학적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