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초짜리 전쟁: 2025년, 짧은 동영상이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재구성했나

수단 난민 캠프의 물자 부족, 가자 지구의 파괴된 모스크, 터키 의회의 난투극.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의 비극과 갈등은 쉴 새 없이 우리의 스크린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들이 전달되는 방식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바로 90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 즉 '숏폼'의 형태로 말이죠. 이는 단순한 뉴스 포맷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흐름입니다.

과거 뉴스 매체들은 심층적인 보도를 통해 사건의 맥락을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특히 올해는 전통적인 언론사조차 2분 남짓한 동영상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알자지라가 보도한 '이스라엘 방산업체, 가자지구 전쟁으로 사상 최대 수익' 영상은 2분 29초, '터키 의회 난투극' 영상은 불과 46초에 불과합니다.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과 사회적 문제가 짧고 강렬한 감정적 자극으로 압축되는 것입니다.

**기술 배경: 참여 알고리즘 (Engagement Algorithm)**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핵심 엔진입니다. 사용자가 '좋아요', '공유', '댓글', '시청 시간' 등 특정 콘텐츠에 얼마나 오래, 강하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합니다. 알고리즘은 이 참여도를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해당 콘텐츠를 노출시킵니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콘텐츠의 진실성이나 맥락보다는 자극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능력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 바로 '참여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플랫폼들은 사용자를 한순간이라도 더 붙잡아 두기 위해 가장 충격적이고 감정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원인보다는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에만 반복적으로 노출됩니다. 이는 빠른 공감대 형성과 관심 촉구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공감 피로(compassion fatigue)'를 유발하고 세상을 단순한 선과 악의 구도로 보게 만드는 위험을 내포합니다.

PRISM 인사이트: 정보의 원자화는 단순히 미디어 트렌드를 넘어, 우리의 인지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복잡한 현실이 감정적으로 과잉된 짧은 클립으로 압축되면서,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미래 정보 전쟁의 핵심은 가짜뉴스가 아니라, 맥락이 제거된 채 감정만 증폭된 '사실'의 파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