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위한 총리는 아니다": 안와르 발언에 흔들리는 말레이시아의 포용 정책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자신의 최우선 책임은 외국인이 아닌 자국민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동남아시아의 주요 난민 피난처였던 말레이시아의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러한 발언은 로힝야 등 수많은 난민들의 소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낳고 있다.

34일의 표류,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총리의 발언이 만들어낼 파장은 이미 위태로운 여정을 감수한 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14세 로힝야 소년 압둘라 아지즈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를 떠나 130여 명의 다른 난민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아지즈가 탄 배는 34일간 바다를 표류한 끝에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케다주에 도착했다. 어머니와 네 명의 형제자매 중 유일하게 이 위험한 여정에 나선 그는 이제 말레이시아의 싸늘해진 여론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정치 지형과 대중의 시선

안와르 총리의 발언은 정치적 기반과 대중의 정서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과거 말레이시아는 로힝야 난민들에게 비교적 관대한 피난처 역할을 해왔으나, 경제적 압박과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외국인과 난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정치적 분위기는 정부가 난민 문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동남아시아 전체의 난민 위기 대응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