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레이더 간섭' 이유로 6GW 해상풍력 사업 돌연 중단... AI 데이터센터 전력난 어쩌나

미국 백악관이 동부 해안의 5개 대형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의 임대 절차를 돌연 중단시켰다.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상풍력 개발 금지 행정명령을 무효화한 지 불과 2주 만의 일이다. 이번 조치의 표면적인 이유는 '국가 안보 위협'으로, 풍력 터빈이 군사 레이더 시스템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은 월요일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적대국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동부 해안 인구 밀집 지역 인근의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초래할 수 있는 취약성 등 새로운 국가 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무부는 국방부의 '최근 완료된 기밀 보고서'와 기관이 명시되지 않은 정부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중단된 프로젝트는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의 '레볼루션 윈드', 버지니아의 '코스털 버지니아 해상풍력', 매사추세츠의 '빈야드 윈드', 뉴욕의 '엠파이어 윈드'와 '선라이즈 윈드'다. 이들 5개 사업이 생산할 전력은 총 6기가와트(GW)에 달하며, 이는 인공지능(AI) 붐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동부 데이터센터 허브에 핵심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될 예정이었다.

풍력 터빈과 레이더의 간섭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터빈의 거대한 날개가 회전하면서 레이더 신호를 반사, 왜곡시키는 '도플러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물체의 주파수 변화를 감지해 비행기나 미사일을 추적하는 레이더 입장에서, 회전하는 터빈 날개는 수많은 가짜 표적(clutter)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와 정부는 십수 년간 이 문제를 연구해왔다. 특정 지역을 레이더 탐지에서 제외하는 '사이트 선정' 방식부터, 풍력 발전소의 간섭 패턴을 학습해 필터링하는 '시공간 적응 처리(STAP)' 같은 정교한 알고리즘까지 다양한 완화 기술이 이미 개발 및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백악관의 발표는 수년간 진행된 정부와 업계의 완화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로 미 에너지부가 2024년 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어떤 완화 기술도 영향을 받는 레이더의 기술적 성능을 100% 복원하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완화 기술 덕분에 연방 레이더 기관들은 심각한 영향 없이 임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문제가 존재하지만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