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스 나비다’가 당신의 뇌를 지배하는 과학적 이유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크리스마스 캐럴이죠. 티켓 판매 사이트 시트픽(SeatPick)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12월 중순이 되면 약 20%의 사람들이 반복되는 홀리데이 음악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현상 뒤에는 단순한 반복 재생 이상의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밝혀낸 ‘가장 강력한 크리스마스 수능금지곡’ 1위는 호세 펠리치아노의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였습니다. 이 곡이 귀에 맴도는 이유는 놀랍도록 단순한 반복 구조 때문입니다. 약 3분 길이의 노래에서 ‘Feliz Navidad’라는 제목은 21번, ‘I wanna wish you a merry Christmas’라는 가사는 무려 18번이나 반복됩니다. 뇌가 이 패턴을 기억하고 무의식적으로 재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2위는 켈리 클락슨의 ‘Underneath the Tree’, 3위는 셰이킨 스티븐스의 ‘Merry Christmas Everyone’이 차지했습니다. 시트픽은 이러한 ‘귀벌레(Earworm)’ 현상이 주로 ▲가사의 반복성 ▲단조로운 화성(Harmonic Dullness) ▲날카로운 음(Shrillness)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3위 곡은 특유의 종소리가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과학적으로는 ‘날카롭다’고 여겨지는 음역대가 뇌에 깊이 각인되는 효과를 낳는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개인의 성향도 영향을 미칩니다. 연구에 따르면 강박적이거나 불안한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특정 노래가 머릿속에 더 잘 갇히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펜타토닉스의 ‘할렐루야(Hallelujah)’처럼 차분한 곡은 불안을 잠재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캐럴, 어떻게 멈출까?

이 무한 반복을 끝낼 방법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들이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다른 노래를 듣는 것입니다. 뇌가 새로운 멜로디와 가사에 집중하게 만들어 기존의 ‘귀벌레’를 밀어내는 원리입니다.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뇌를 다른 곳에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단어 찾기나 퍼즐처럼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 활동은 뇌의 ‘음악 재생 회로’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영국 더럼 대학교의 연구진은 뜻밖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껌 씹기’입니다. 껌을 씹는 규칙적인 턱의 움직임이 뇌가 노래를 재생하는 내부 청각 시스템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면 한번 시도해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