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풀 8 10주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감 노트에 숨겨진 6가지 비밀

한 편의 잔혹한 서부극이 어떻게 1960년대 코미디 영화와 같은 렌즈로 촬영될 수 있었을까? 오늘(12월 25일)로 개봉 10주년을 맞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헤이트풀 8'은 당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영감들로 가득하다. 남북전쟁 직후 와이오밍의 눈보라 속에 갇힌 8명의 이방인.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서부극을 넘어, 밀실 스릴러와 고전 영화에 대한 타란티노의 애정이 뒤섞인 독특한 결과물이다.

2015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아카데미상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전설적인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에게 음악상 트로피를 안겼다. 타란티노의 시네필적 취향이 어떻게 이 거친 서사를 만들어냈는지 그 원천을 파헤쳐 본다.

선한 주인공은 없다: TV 서부극의 재해석

타란티노는 '헤이트풀 8'의 영감을 고전 TV 서부극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주목한 것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보난자'(Bonanza)나 '하이 샤파랄'(The High Chaparral) 같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스트 배우들, 즉 에피소드 중반까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그의 흥미를 끌었다. 타란티노는 "만약 그런 인물들로만 구성된 이야기를 만든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헤이트풀 8'에는 선한 인물 없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캐릭터들만 남게 됐다.

밀실 구조와 제목의 기원

영화의 구조는 타란티노 자신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한정된 공간에 갇힌 의심스러운 인물들이라는 설정은 '저수지의 개들'의 핵심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타란티노 자신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남자들의 무리"라는 점에서 두 영화의 유사성을 인정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가 한 바퀴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화 제목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각색한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에 대한 오마주로 알려졌다.

코미디 영화와 공유한 70mm 렌즈

가장 의외의 연결고리는 70mm 필름 촬영 과정에서 발견됐다. 촬영 감독 로버트 리처드슨은 파나비전 창고에서 '매드 매드 대소동'(It's A Mad, Mad, Mad, Mad World, 1963) 촬영에 사용됐던 렌즈를 찾아냈다. 이 렌즈들은 '벤허', '바운티 호의 반란' 등 고전 대작에 사용된 역사적인 장비로, 타란티노는 이를 통해 영화에 웅장하고 고전적인 질감을 더했다. 전혀 다른 장르의 두 영화가 같은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