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나 그란데의 '피범벅' SNL 패러디, 천재적 코미디인가 크리스마스 악몽인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NBC의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주연을 맡은 '나 홀로 집에' 패러디가 도를 넘은 잔혹성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고전적인 가족 영화를 피범벅 스릴러로 재해석한 이 스케치는 일부에게는 "올해 최고의 촌극"이라는 찬사를, 다른 이들에게는 "역겹다"는 극단적인 비판을 받으며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문제의 스케치는 그란데가 연기한 주인공 케빈이 휴가를 떠난 가족에게서 잊혀진 뒤 집을 지키는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반전은 도둑이 아닌,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이 케빈이 설치한 치명적인 부비트랩에 걸려드는 끔찍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스케치 속에서 케빈의 아버지(마이키 데이)는 문에 연결된 토치에 불이 붙고, 여동생(사라 셔먼)은 등유 소화기를 뿌리다 구슬에 미끄러져 용광로에 빠진다. 다른 형제들은 각각 피아노에 머리(head)를 부딪치거나, 전기톱에 손이 잘리고, 떨어지는(falling) 팬에 얼굴이 뭉개지는 등 잔인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모든 것이 엄마의 환각으로 밝혀지지만, 마지막 순간 이웃이 나타나 삽으로 모자를 가격하며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너무 빨리(quick) 어두워졌다.”

방송 후 틱톡, X(구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격렬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시청자는 최근 발생한 롭 라이너 감독 부부의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매우 몰취미한 스케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는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걸 재밌다고 생각하나?"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나 홀로 집에'와 공포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의 완벽한 크로스오버라며 환호하는 반응도 많았다. "올해 최고의 스케치", "오랜만에 나온 SNL 단편 중 최고"라는 긍정적인 댓글이 잇따랐다. 그란데의 연기에 대해서도 "완벽 재현"이라는 평과 "어색하다"는 평이 엇갈렸다.

SNL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일주일 전인 12월 13일 방송에서는 AI로 생성된 것으로 의심되는 조악한 그래픽을 사용해 "창작자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많은 팬들은 "차라리 과거의 어설픈 포토샵이 더 웃겼다"며 쇼의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