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I 결산: '초지능'부터 '챗봇 정신증'까지, 업계를 뒤흔든 12가지 키워드

2025년 AI는 약속 대신 혼돈을 가져왔다. 한쪽에서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들이 '초지능'이라는 신기루를 쫓으며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반 사용자들이 '챗봇 정신증'과 인터넷을 뒤덮은 '슬롭(slop)'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지난 12개월은 AI의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 드리운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 한 해였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다: 초지능과 버블

올해 AI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었다. 이는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는 가상의 AI를 지칭하는 용어로, 메타는 지난 7월 초지능 추구를 위한 전담팀 구성을 발표했고, 12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 AI 책임자가 이 목표를 위해 수천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쟁은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한 거대한 데이터 센터, 즉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 건설 붐으로 이어졌다. OpenAI는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투자가 '버블(Bubble)'이라는 우려도 낳았다. OpenAI나 앤트로픽 같은 선두 기업들조차 수년간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과연 언제까지 AI의 잠재력에만 베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닷컴 버블 때와 달리 강력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광적인 투자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창작의 법칙이 바뀌다

코딩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앱이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시대가 열렸다. OpenAI의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만든 이 용어는, 생성형 AI에 명령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을 뜻한다. 보안이나 안정성은 보장되지 않지만, 기술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LLM이 복잡한 문제를 단계별로 해결하는 '추론(Reasoning)' 모델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OpenAI의 o1 모델 출시 한 달 만에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오픈소스 모델 R1을 공개하며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했다.

불편한 사회적 비용

AI의 확산은 어두운 그림자도 남겼다. 챗봇과의 장시간 상호작용이 일부 사용자에게 망상을 유발하거나 정신증을 악화시키는 '챗봇 정신증(Chatbot psychosis)'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챗봇과의 대화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유족들이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경각심을 높였다.

AI가 대량 생산하는 저품질 콘텐츠를 뜻하는 '슬롭(Slop)'은 일반 대중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가짜 전기부터 초현실적인 이미지까지, 온라인 공간은 슬롭으로 넘쳐났고 이는 우리가 무엇을 믿고 가치 있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편,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을 둘러싼 '공정 이용(Fair use)' 논란도 격화됐다. 지난 6월 법원은 앤트로픽의 학습 방식이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지만, 창작자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12월에는 디즈니가 OpenAI와 손잡고 자사 캐릭터를 AI 비디오 생성에 활용하도록 허용하면서, 저작권 문제는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