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도 모르는 '7가지 생선 요리', 크리스마스 이브 전통의 진짜 유래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의 크리스마스 이브 식탁에는 왜 항상 7가지 생선 요리가 오를까? '일곱 가지 생선 요리의 향연'(Feast of the Seven Fishes)으로 알려진 이 전통은 사실 이탈리아 본토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미국적인 발명품에 가깝다. 이 유서 깊어 보이는 전통 뒤에는 이민, 가난, 그리고 새로운 땅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남부 이탈리아의 소박한 저녁 식사에서 시작되다

이 전통의 뿌리는 가톨릭 교리에 따라 12월 24일에 육식을 금하고 금식하던 관습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해산물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는 저녁에 생선 요리로 금식을 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시 이들은 이 식사를 단순히 '라 비질리아'(La Vigilia, 철야)라고 불렀을 뿐, '일곱 가지 생선'이라는 이름이나 규칙은 없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1861년 이탈리아 통일 이후다. 통일 정부가 북부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남부 지역의 경제는 급격히 악화됐다. 이로 인해 1880년부터 1924년까지 약 400만 명의 남부 이탈리아인들이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이주했고, 이 과정에서 고향의 크리스마스 이브 식사 문화도 함께 건너왔다.

미스터리한 숫자 '7'의 정체

그렇다면 왜 하필 '일곱' 가지일까? 아무도 정확한 유래를 알지 못한다. 많은 이들은 성경에 수백 번 등장하는 숫자 7이 가톨릭의 7성사나 7가지 덕목 등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미국 레스토랑들이 만들어낸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고 본다. 실제로 'Feast of the Seven Fishes'라는 문구가 처음 등장한 기록은 1983년 필라델피아의 한 레스토랑 광고로 알려졌다.

이 전통의 가장 큰 매력은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가정은 12~13가지 요리를 준비하기도 하며, 메뉴는 소금에 절인 대구 '바칼라'(baccalà)부터 오징어튀김, 뱀장어 요리까지 다양하다. 결국 이 전통의 핵심은 요리의 가짓수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 그 자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