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렇게 했어요”: 2025년에도 팩스를 쓰는 회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당신의 직장은 아직도 90년대에 머물러 있나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우리 회사의 가장 답답한 '원래 이렇게 해왔다'의 사례는?'이라는 질문에 전 세계 직장인들의 경험담이 쏟아졌습니다. 이메일로 받은 파일을 굳이 출력해서 스캔하거나, 20년 전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고집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업무 방식들이 왜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봅니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업무

가장 흔하게 지적되는 문제는 기술을 거부하는 비효율입니다. 한 사용자는 이메일로 PDF 양식을 받아 두 번 출력한 뒤, 각각 스캔해서 두 개의 다른 디지털 파일로 저장하는 동료의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이는 과거 우편과 팩스로 서류를 받던 시절의 업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였습니다. 또 다른 이는 2023년에도 여전히 이메일 대신 팩스로만 문서를 보내야 했던 경험을 토로하며, 상대방에게 팩스 번호를 묻는 것 자체가 민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섭니다. 한 회사는 회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새 시스템의 화면과 보고서 양식을 예전처럼 보이게 해달라는 요구 때문에 프로젝트가 2년이나 지연되고 예산을 초과했습니다. 심지어 전자 결재 기능이 내장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도, 모든 청구서를 출력해 직접 서명을 받은 뒤 다시 스캔해서 시스템에 올리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비효율의 이유는 단 하나, “감사팀이 이 방식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지만, 정작 감사팀은 이미 몇 년 전에 플랫폼을 바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논리를 거스르는 이상한 전통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규칙들도 많았습니다. 한 직장인은 생일인 직원에게 케이크 종류를 물어본 뒤, 케이크 대신 베이글을 먹고 싶다는 요청에 “안된다, 항상 케이크를 먹어왔다”며 당황하는 담당자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결국 상사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베이글 파티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사례도 있습니다. 한 농업 회사에서는 기계에 들어가는 오일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며 여러 종류의 오일을 구분 없이 사용했습니다. 신입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여기는 농장이다,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당시 그 회사에는 이미 6대의 차량이 고장 나 멈춰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또한, 일부 의사들은 악필로 처방전을 작성해 약물 오용의 위험을 초래하면서도 전자 처방전 시스템 도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환자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심리

왜 이런 비효율적인 관행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미주조세행정센터(Inter-American Center of Tax Administrations)는 그 원인 중 하나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꼽습니다. 관리자들은 새로운 방식이 가져올 잠재적 실패 위험보다 예측 가능한 비효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역시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변화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기존 업무 방식에 맞춰 경력을 쌓아온 리더십에게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책임을 재조정하는 것은 불편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에 기반해 작은 개선이 어떻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개선 제안을 할 때 대립적인 태도보다는 협력적인 자세로 접근하고, 다른 조직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것도 저항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