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리부스 시즌 1 피날레, 리아 시혼이 읽던 SF 소설의 숨은 의미

드라마 피날레 장면에 등장한 책 한 권이 SF 팬덤을 뒤흔든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TV+의 인기 시리즈 플루리부스(Pluribus) 시즌 1 마지막화에서, 캐럴 스터카(리아 시혼 분)가 수영장 옆에서 읽던 책이 바로 어슐러 K. 르 귄의 전설적인 소설 어둠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이었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소품은 드라마의 핵심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전쟁 없는 외계 행성의 이야기

1969년에 출간된 어둠의 왼손은 '게센'이라는 추운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의 주민들은 양성성을 지녔으며, '켐머'라는 특정 시기에만 성적 특성이 발현된다. 독특한 젠더와 섹슈얼리티는 전쟁이 없고 공동 육아가 당연한, 지구와는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어냈다. 이 소설은 프랭크 허버트의 듄에 이어 SF계의 양대 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모두 수상한 작품으로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의도된 선택, 그 이유는?

극 중 판타지 작가인 캐럴이 이 책을 읽는 것은 자연스러운 설정이다. 배우 리아 시혼은 매셔블(Mashable)과의 인터뷰에서 이 책의 등장이 작가들과의 깊은 논의 끝에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시혼은 "캐럴이 존경할 만한 문학적 수준과 목소리를 가진 작가가 르 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초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도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적으로 여성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와 소설의 섬뜩한 평행이론

이 책의 상징성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선다. 시혼의 설명에 따르면, 소설은 플루리부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평행을 이루며 거울처럼 비춘다. 소설 속에서 게센 행성의 유일한 인간은 은하 연합 '에쿠멘'의 사절인 '겐리 아이'다. 외계인들 사이에서 고립된 그의 모습은, 외계 하이브 마인드에 면역을 가진 채 홀로 싸우는 캐럴의 처지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두 인물 모두 낯선 문화를 이해하려 애쓰는 관객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도 존재한다. 겐리는 게센을 더 큰 연합에 '참여(join)'시키려 하지만, 캐럴은 인류를 하이브 마인드로 강제 편입시키는 '참여(The Joining)'를 막으려 한다. 이 대비는 독자로 하여금 캐럴이 책을 읽으며 누구의 입장에 더 감정 이입을 했을지, 개인의 정체성과 거대 집단 사이의 갈등이라는 드라마의 핵심 질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