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콜베어 퇴출, 지미 키멜 정직: 2025년 미국 심야 토크쇼 전쟁 전말

2025년 미국 심야 토크쇼의 판도가 뒤집혔다. 유명인과의 인터뷰는 여전했지만, 한 해를 지배한 것은 CBS의 간판 프로그램 ‘더 레이트 쇼’의 폐지 결정과 ABC의 지미 키멜에 대한 정직 처분 및 복귀였다. 이 두 사건은 단순한 방송계 이슈를 넘어 정치적 압력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거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1600만 달러가 부른 나비효과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 레이트 쇼’의 방송사 CBS의 모회사 파라마운트 글로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 1600만 달러 규모의 합의를 맺으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60분’ 인터뷰 편집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쇼의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자신의 오프닝 모놀로그에서 이 합의를 “엄청난 뇌물”이라 칭하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당시 파라마운트는 스카이댄스 미디어와의 합병에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콜베어는 “이 회사를 향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모르겠다. 굳이 방법을 찾자면, 한 1600만 달러면 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발언이 나온 지 불과 며칠 뒤, 콜베어는 쇼가 폐지된다고 직접 발표했다. 방송은 2026년 5월에 완전히 막을 내린다. CBS 측은 “순전히 재정적인 결정”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합병을 앞둔 파라마운트가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한 결과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콜베어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 등을 더욱 강도 높게 다루며 저항했다.

지미 키멜 정직과 심야 쇼의 연대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9월, ABC는 ‘지미 키멜 라이브!’를 무기한 중단시켰다. 키멜이 우익 논객 찰리 커크의 죽음에 대해 한 발언이 공화당의 비판을 받자,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렌든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방송사에 조치를 취하라고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이 결정은 거대한 역풍을 맞았다. 세스 마이어스, 지미 팰런, 존 스튜어트, 존 올리버 등 경쟁 방송사의 진행자들이 일제히 키멜을 지지하고 검열을 비판했다. 시청자들은 디즈니+와 훌루 구독을 취소하며 항의했고, 정직 기간 동안 해지율은 2배로 뛰었다. 결국 ABC는 일주일 만에 키멜을 복귀시켰고, 그의 복귀 방송은 기록적인 시청률을 세웠다. 복귀 모놀로그 유튜브 영상은 하루도 안 돼 2300만 뷰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